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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about jazz: 우리 세대의 재즈 전령사 칙 코리아(1941~2021)를 떠나보내며

Talk about jazz: 우리 세대의 재즈 전령사 칙 코리아(1941~2021)를 떠나보내며

ODE 21. 06. 30

“궁금한 점은 무엇이든 물어봐 주세요. 제 성(姓)이 왜 코리아인지만 빼고요. (웃음)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의 먼 조상이 한국에서 온 분이었던 것 같아요.”

21년 전 피아노 독주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칙 코리아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맨 처음 했던 이야기다. 확실히 그는 이름 때문에 우선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의 음악가를 1980년대 초,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보통의 10대 음악 팬들이 그렇듯이 로큰롤, 특히 프로그레시브 록에 빠져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조차 그의 음반 [리턴 투 포에버 Return to Forever]는 너무도 매혹적으로 들렸다. 이런 음악이 록인지 재즈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이 나는 환상적이면서도 유려했던 그 음악에 그저 황홀했다. 그러니까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 팻 메시니, 알 디메올라 등과 더불어 그 음악의 정체도 모르고 있던 나를 매혹했던 최초의 재즈 연주자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 뒤에 [깃털처럼 가볍게 Light as a Feather], [시금석 Touchstone]과 같은 그의 앨범들은 계속해서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리턴 투 포에버 Return to Forever] (1972)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는 재즈라는 음악을 더욱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칙 코리아의 음악도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당시 플뤼겔호른 연주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척 맨지오니의 앨범 [타란텔라 Tarantella]였는데, 이탈리아 대지진으로 난민들을 후원하기 위한 자선 음악회를 담은 이 앨범에서 칙 코리아는 초대 연주자로 출연해 <나의 유일한 사랑 My One & Only Love>과 <올 블루스 All Blues>를 연주했다. 그 연주를 통해 나는 이 유명한 스탠더드 넘버들을 처음 듣게 되었고 심지어 칙의 피아노 연주는 주인공인 맨지오니의 연주를 훨씬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연주를 통해 나는 재즈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동시에 그 무렵 칙 코리아는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의 동문이었던 허비 행콕과 더불어 당혹스러울 만큼 다양한 재즈의 모습을 내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 당시 그가 새롭게 결성한 ‘일렉트릭 밴드’는 1980년대의 첨단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재즈와 섞었을 뿐만 아니라 전대미문의 테크니컬 주법을 재즈와 결합해서 기이하면서도 새로운 재즈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정신없이 쏟아내는 음의 향연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동시에 젊은 음악 팬이었던 나는 이 피아니스트가 비브라폰 주자 게리 버턴과 그 영롱한 이중주를 녹음한 인물과 정말 동일인이지 믿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뛰어난 재즈 연주자가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적 다양성’의 선구적인 사례였다. 그는 ‘일렉트릭 밴드’의 멤버들로 ‘어쿠스틱 밴드’를 결성해 피아노 트리오 편성의 정통 재즈를 들려주게 되는데 한 연주자가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이후 브랜퍼드 마설리스, 테렌스 블랜처드, 로이 하그로브, 니컬러스 페이턴, 브래드 멜다우, 크리스천 맥브라이드와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일급 연주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다섯 장의 오리지널 앨범 5 Original Albums] (1972~’76)


1994년과 2000년 내한 공연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내한 공연을 가졌던 대표적인 특급 재즈 연주자였다. 최근에 방문했던 2018년 피아노 독주회까지 그는 총 아홉 번 내한해서 11회의 공연을 가졌다. 마지막까지 그는 건강했고 청년과도 같은 모습이었으며 2010년에 들어서도 14장의 앨범을 발표할 만큼 왕성한 창작열을 과시했다. 특히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했던 새로운 트리오와의 명연주는 ‘그의 전성기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인가’ 하고 물을 만큼 활기 넘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설날 연휴 중에 들려온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은 우리를 놀라게, 슬프게 했던 것이다. 특히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처럼 그의 연주를 통해 재즈의 세례를 받은 세대들이 느낄 허망함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의 음반 플레이어에서는 칙 코리아의 음반들이 계속 돌고 있는 중이다.

[3부작 Triology] (2013)


– 칙 코리아의 필청 음반
1. [지금 그는 노래하고, 흐느낀다 Now He Sings, Now He Sobs] (1968)
2. [리턴 투 포에버 Return to Forever] (1972)
3. [다섯 장의 오리지널 앨범 5 Original Albums] (1972~’76)
4. [3부작 Triology]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