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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about jazz] 가을이면 생각나는 Autumn Leaves

[talk about jazz] 가을이면 생각나는 Autumn Leaves

ODE 20. 08. 31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재즈에서 자주 연주되는 스탠더드는 1930-4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극음악이 주를 이룹니다. 극을 통해 소개된 곡을 재즈 연주자들이 여러 스타일로 다시 연주하면서 재즈 스탠더드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특별하게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스탠더드가 있습니다. 바로 가을이면 전 세계 어디서나 듣게 되는 ‘Autumn Leaves’입니다.

이브 몽탕과 자니 머서를 통해 가까워지다 ‘Autumn Leaves’는 프랑스(헝가리계) 작곡가 조제프 코스마가 1945년 안무가 롤랑 프티의 발레 작품 <랑데부(Le Rendez Vous)>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발레 음악으로 묻힐 뻔한 곡이 기사회생한 것은 프랑스 시인이자 작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노랫말을 붙여 1946년 영화 <밤의 문(Les Portes De La Nuit)>에 삽입한 후부터입니다. 이브 몽탕이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에서 처음 부르면서 그의 노래로 알려진 이후 샹송 가수 줄리엣 그레코, 에디트 피아프가 불러 미국에까지 소개됩니다. 샹송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영어로 개사를 해야만 했는데 그 적임자는 바로 수많은 스탠더드의 노랫말을 지은 자니 머서였습니다. 1950년에 조 스테포드와 빙 크로스비가 영어로 발표하고 이어 냇 킹 콜과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가 더해지면서 재즈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Autumn Leaves’가 지금의 인기를 얻은 것은 조제프 코스마의 선율 못지않게 가을의 낭만과 고독을 담은 자니 머서의 제목과 가사의 힘이 큽니다. 영화 음악의 거장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Moon River’와 ‘Days Of Wine And Roses’의 가사도 그의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에스프리와 미국 스탠더드의 고전미가 어울린 ‘Autumn Leaves’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을 노래의 대명사가 된 Autumn Leaves

리퀘스트 1순위는 캐넌볼 애덜리가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1958년 발표한 앨범 에 실린 버전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연주한 곡으로, 스산한 전주 이후 등장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는 베이시스트 스캇 라파로와 함께한 짧은 기간 중 이 곡을 녹음합니다. 자신의 정갈한 상반신 사진으로 앨범 재킷을 꾸민 1960년 앨범 에 실려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25세의 나이에 사망한 스캇 라파로(베이스)와 폴 모션(드럼)이 함께한 피아노 트리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Autumn Leaves’로 만날 수 있습니다.

캐넌볼 애덜리와 명연을 펼친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후 이 곡을 자주 연주했는데, 1963년 프랑스 앙티브재즈페스티벌 실황을 담은 은 손에 꼽힙니다. 뮤트 트럼펫 연주로 빠르게 도입부를 시작해 장장 12분간 펼치는 그의 연주가 일품입니다.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연주한 ‘Autumn Leaves’에서는 두 연주자의 즉흥 연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과장된 연주를 하지 않는 짐 홀(기타)과 론 카터(베이스)가 1972년 8월 뉴욕의 플레이보이 클럽에서 자유로운 듀오 연주를 펼쳤습니다. 앞서 언급한 보컬리스트 외에 사라 본, 토니 베넷, 디 디 브리지워터, 바비 맥퍼린, 그리고 블루스의 거장 에릭 클랩튼도 이 곡을 불렀습니다. 그중 재즈 팬과 오디오 애호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에바 캐시디의 버전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33세에 요절한 그녀가 1996년 1월 클럽 블루스 엘리에서 가진 실황 작 에 실려 있습니다. 수백 수천 가지의 재즈 연주가 있지만 ‘고엽’이란 제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버전은 에바 캐시디가 암 투병 중 쓸쓸히 부른 이 곡일 것입니다.

Cannonball Adderley (1958)

Bill Evans (1960)

Miles Davis (1964)

Jim Hall & Ron Carter (1972)

Eva Cassidy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