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lify life

talk about jazz ::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미스터 재즈 또는 20세기의 목소리

talk about jazz ::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미스터 재즈 또는 20세기의 목소리

ODE 21. 11. 04

 “나무들이 푸르르네요 / 장미도 빨갛고요 / 꽃들이 피었네요 / 당신과 날 위해서요 / 난 혼자서 생각해요 /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

1967년,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루이 암스트롱이 녹음한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 What A Wonderful World> 는 위의 노랫말로 시작한다. 20세기 초 재즈가 탄생한 이래로 수많은 재즈 음악인이 등장했고 그들이 만든 음악이 무수히 나왔지만 이 노래만큼 널리 알려지고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은 찾기 힘들것이다. 평생을 끔찍한 인종차별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66세의 한 음악가가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고백하는 이 노래는 늘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하지만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을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루이 암스트롱을 둘러싼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얼마나 멋진 세상 인가요>는 보기 드물게 널리 알려진 재즈 음악인의 곡이지만 반대로 재즈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코어 팬’에게는 가장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들리는 대표적인 곡이기 때문이다. 재즈 음악인들 가운데서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는 키스 재럿 혹은 팻 메시니의 팬들 가운데서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를 애청하는 팬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음악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더라도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는 즉흥 연주라는 재즈의 특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람들의 태도는 일종의 ‘세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901년에 태어난 루이는 오늘날 팬들이 공감하기에는 너무도 옛날 사람이고 그가 평생에 걸쳐 연주했던 음악은 21세기적 음악 취향의 출발점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 비틀스의 출현보다 훨씬 이전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가 불멸의 명곡이라고 하더라도 오늘날의 음악팬이 루이의 음악 전반을 수용하기에는 그의 음악은 너무 예스럽고 아저씨스럽다.


 문제는 그에 대한 감정이 그가 생존해 있었던 1960년대에도 그랬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음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급진적인 형태로 진화하던 재즈의 역사 속에서, 1960년대 격렬하게 타올랐던 흑인 인권 운동의 분위기 속에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의 등장 속에서 무대 위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너저분한 농담을 늘어놓고 뉴올리언스 재즈를 연주하던 루이의 모습은 예술가로서 팝스타의 위상, 재즈 연주자의 이미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루이 암스트롱이 탄생한 지 올해로 120년이 되었다. 아울러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그와 그의 시대를 최소한 반 세기 떨어져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그가 1920년대 자신의 그룹 ‘핫파이브’ 혹은 ‘핫세븐’을 통해 만들어 냈던 음악이 재즈 역사 가운데서 가장 혁명적이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만약 루이가 없었다면 분명히 오늘날의 재즈는 없었다), 지난 세기를 돌이켜 보건대 단 한 소절의 연주, 목소리만으로도 음악이 담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음악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전달해주는 인물은 오로지 루이 암스트롱뿐이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혹은 여기에 몇 명의 이름을 더 보탤 수 있을까).

<문 리버 Moon River>,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 <세시봉 C’est si bon>과 같은 영화 음악, 프랑스 노래들마저 그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것은, 그의 목소리가 여전히 CF와 영상에서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서서히 고조되는 스윙하는 그의 트럼펫은 저 창공에 드높이 떠있는 달처럼 ‘하이C’를 기어코 찍고야 마는 장관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그 누구에게서도 대체 될 수 없는음악의 헌정을 경험하게 된다.

듀크 엘링턴의 말대로 그는 ‘미스터 재즈’였으며, 역설적이게도 그가 진정한 20세기의 목소리였다는 점을 이제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